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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욕망 고전 영화 우게츠이야기

by chaechae100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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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게츠이야기 포스터
우게츠이야기 포스터

우게츠 이야기는 일본 고전영화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 중 하나로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가장 대표적인 걸작이다. 일본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쟁과 인간 욕망, 여성의 희생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풀어낸 이 영화는 시대극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성찰을 담은 명작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게츠 이야기의 줄거리와 주제의식, 연출 특성, 그리고 그 상징적 의미를 서술형으로 깊이 있게 분석한다.

전쟁과 욕망,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

우게츠 이야기는 16세기 일본 전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사회 전체가 혼란 속에 빠졌고 사람들은 생존과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영화는 두 농부 겐주로와 토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겐주로는 도자기 장사로 한몫을 챙기고 싶어 하고 토베는 무사가 되어 출세하길 꿈꾼다.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을 쫓으며 전쟁의 혼란 속으로 나아가고 그 결과 가족과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욕망을 좇는 인간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겐주로와 토베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이 아닌 상징과 환상을 통해 전개되며 이룰 수 없는 꿈, 잘못된 선택, 뒤늦은 후회라는 인간 보편의 심리를 포착한다.

미조구치 미학의 절정, 롱테이크와 환상적 구성

우게츠 이야기의 연출은 미조구치 겐지 특유의 정적이고 회화적인 미장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감독들이 선호하던 클로즈업과 빠른 컷 분할 대신 롱테이크(long take)와 와이드 숏(wide shot)을 통해 인물과 공간, 감정의 흐름을 동시에 포착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겐주로가 와카사와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장면이다. 안개 자욱한 수면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의 모습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경험을 넘어선 심리적 전이까지 느끼게 한다. 미조구치는 특히 여성의 시선과 고통에 민감했다. 이들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영화의 가장 강력한 도덕적 기준이자 감정적 중심축으로 횔용된다. 그는 단지 시대의 피해자로 여성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장치로서 여성 인물을 활용한 것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 전쟁의 상흔을 비추다

우게츠 이야기는 장르적으로는 고전적 유령 이야기에 가깝지만 그 구조는 철저히 사실적인 전쟁의 맥락 위에 세워져 있다. 와카사의 정체가 드러나며 겐주로가 환상에서 빠져나올 때 관객은 비로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에 다가간다. 바로 현실의 참혹함을 회피한 자가 결국 환상에 잡아먹힌다는 진실이다. 겐주로가 환상에서 빠져나온 후 자신의 아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비로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실감한다. 이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외부적 폭력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처럼 우게츠 이야기는 욕망의 추구가 어떻게 현실의 고통으로 귀결되는지를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하게 보여준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경고

우게츠 이야기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도 단순한 시대극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욕망 그 욕망이 낳는 환상과 파멸 그리고 그 속에서 소외된 여성의 고통이라는 주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미조구치 겐지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 고전 설화의 틀을 빌려 전후 일본 사회의 도덕적 붕괴와 인간 내면의 상흔을 직시했다. 우게츠 이야기는 우리가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순간 그 대가로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답고 슬픈 경고다. 그리고 그 경고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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