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부터 1970년까지는 일본 영화사의 급격한 변화기였다. 침체기와 전쟁, 경제 회복과 함께 영화도 변모해갔으며 이 시기의 흐름은 일본 고전영화의 핵심 기반이 된다. 이 글에서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시대별로 일본 영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정치·사회·문화적 배경과 대표 감독,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유성영화 도입과 전통 미학의 시작인 1930년대
1930년대는 일본 영화에 있어서 전환점이라 불릴 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 이 시기는 유성영화의 도입으로 무성영화 시대를 빠르게 마감한 시기이자 일본 영화의 독자적 스타일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잔재인 '벤시(변사)' 문화가 여전히 존재했지만 1931년 영화 마더를 시작으로 유성영화가 본격적으로 상영되며 내러티브 중심의 연출이 자리잡았다. 당시 일본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전통 연극인 가부키나 신파극에서 많은 모티브를 차용했다.
이 시기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나루세 미키오, 시미즈 히로 등이 있으며 여성의 삶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회적 배경으로는 대공황의 여파와 군국주의 확산이 있었고 영화는 점차 국가주의 선전 도구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인간 내면과 가족 문제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들이 만들어지며 일본 고유의 영화 스타일이 등장했다.
전쟁과 폐허 속 영화의 재건의 발판이 된 1940~1950년대
1940년대는 태평양전쟁과 함께 검열과 통제가 심화되며 영화의 다양성이 급격히 사라졌다. 영화는 주로 국책선전물, 군인 미화, 황국사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일본 영화인들의 기술적 성장기이기도 하다. 많은 감독, 촬영감독들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연출기법을 실험했다.
1945년 일본의 패망 이후, GHQ(연합국 사령부)의 검열과 함께 다시금 영화 표현의 자유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는 1950년대 일본 영화 황금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후 사회의 혼란, 가족 해체, 도시화, 가치관의 변화가 영화 주제에 직접 반영되었다. 이 시기 대표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다.
- 구로사와 아키라는 《라쇼몽》(1950), 《살다》(1952), 《칠인의 사무라이》(1954) 등으로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를 철학적으로 탐구했다.
- 오즈 야스지로는 《도쿄 이야기》(1953)로 가족 내 정서적 거리와 세대차이를 담담하게 표현했다.
- 미조구치 겐지는 《우게츠 이야기》(1953), 《산쇼다유》(1954)에서 일본 전통 미학과 여성 중심 서사를 정립했다.
1950년대는 일본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베니스, 칸, 베를린 등에서 일본 영화의 섬세함과 철학성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는 일본이 영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벨바그와 예술영화의 실험기 였던 1960~1970년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사회는 고도성장기를 맞이했고 이는 영화계에도 새로운 감수성과 혁신을 불러왔다. 전후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기성 가치관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났고 기존의 이야기 중심 영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서사, 파격적인 연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 시기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일본 누벨바그다. 프랑스 누벨바그에 영향을 받은 젊은 감독들이 일본 영화의 관습을 배제하고 새로운 시선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오시마 나기사, 요시다 기주, 스즈키 세이준 등의 감독들이 전통과 대립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1976)은 검열 논쟁과 함께 일본 영화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 스즈키 세이준의 《도쿄 방랑자》(1966)는 장르 해체와 색채 실험으로 지금도 컬트 명작으로 남아 있다.
또한 사회비판적 시선도 두드러졌다. 학생운동, 젠더 문제, 소비사회에 대한 반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관객의 공감을 얻었으며 이는 단순한 예술적 실험을 넘어 현실참여적 영화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TV의 보급과 함께 영화산업은 침체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기존의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독립영화와 실험영화가 더 부각되며 일본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30~1970년대 일본 영화는 기술, 철학, 사회적 맥락이 혼합되어 폭넓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냈다. 초기의 전통적 미학, 전쟁의 상흔 속에서 태어난 인간 중심의 서사, 그리고 1960년대의 감각적 실험까지 이 모든 흐름은 지금의 일본 영화가 지닌 깊이와 다양성의 뿌리가 되었다. 과거를 이해하는 일은 곧 현재를 깊게 보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 영화의 변화를 시대별로 살펴보는 일은 영화 자체는 물론 동시대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통찰이 될 수 있다.